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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소는 항상 밭일을 마치고 할아버지를 수레에 태워 집으로 돌아왔다. 한번은 같이 읍내에 나갔다가 할아버지가 깜빡 잠이 들었다. 깨어보니 집이었다.” - ‘워낭소리’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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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▲ 소는 노인의 친한 친구이자 최고의 농기구이고 유일한 자가용이다. ⓒ 영화 <워낭소리> 갈무리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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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▲ 안윤석 PD |
망할 놈의 할아범. 어제 그는 날 생(生)과 사(死)의 갈림길로 내몰았다. 읍내를 빠져나온 난 평소 같았으면 할아범의 지시에 따라 일터인 왼쪽 길, 집인 가운데 길, 할아범이 할멈 몰래 자주 다녔던 ‘워낭다방’으로 가는 오른쪽 길 중 하나를 택해 고개를 돌렸을 테다. 그런데 오늘 그는 자고 있다. 20분간 뒷발로 수레를 거늘고, 꼬리로 할아범의 신발을 가까스로 문질러본다. 할아범은 일어날 기미가 없다. “아무 곳이나 가면 되지 왜 이리 떨고 있냐”라 누군가가 의문을 가진다면 그건 바로 ‘잘 죽고’ 싶기 때문이리라. 그래 난 ‘잘 죽고’ 싶다. 목이 잘려 도축되는 운명이 아니라 자연이 내게 준 수명을 그대로 받들며 살다 곱게 가고프단 소리다. |